독서노트 양식 직접 만들어 써본 후기

독서노트를 쓰려고 하면 처음에는 예쁜 양식을 찾게 된다. 인터넷에 올라온 독서노트 템플릿을 보면 깔끔하고 보기 좋아서 그대로 따라 쓰고 싶어진다. 하지만 막상 써보면 나에게 맞지 않는 항목이 있을 때가 많다. 어떤 양식은 너무 자세해서 부담스럽고, 어떤 양식은 너무 간단해서 나중에 다시 봤을 때 아쉬웠다.

그래서 한동안 여러 방식으로 독서노트를 써보다가 직접 양식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거창한 디자인은 아니었다. 내가 책을 읽고 꼭 남기고 싶은 항목만 골라서 한 페이지 안에 정리하는 방식이었다. 직접 만들어보니 독서노트는 예쁜 것보다 계속 쓰기 편한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 글에서는 독서노트 양식을 직접 만들어 써보면서 느낀 점과, 어떤 항목이 실제로 도움이 되었는지 정리해보려고 한다.

1. 처음 만든 양식은 너무 복잡했다

처음에는 욕심이 많았다. 책 제목, 저자, 출판사, 읽은 기간, 별점, 키워드, 줄거리 요약, 인상 깊은 문장, 느낀 점, 적용할 점까지 모두 넣었다. 보기에는 그럴듯했다. 한 권의 책을 제대로 정리하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써보니 오래 유지하기 어려웠다.

책을 한 권 읽을 때마다 많은 항목을 채워야 하니 독서노트가 숙제처럼 느껴졌다. 특히 줄거리 요약과 느낀 점을 길게 써야 한다고 생각하니 책을 다 읽고도 노트를 펼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결국 몇 권 쓰다가 빈 항목이 늘어났다.

복잡한 양식의 문제는 책마다 어울리지 않는 항목이 생긴다는 점이다. 실용서는 적용할 점을 쓰기 쉽지만, 소설은 그렇게 쓰기 어색할 때가 있다. 에세이는 줄거리 요약이 크게 필요 없고, 인문서는 한 문장으로 감상을 정리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이 경험을 통해 독서노트 양식은 모든 책을 완벽하게 정리하기보다, 어떤 책에도 부담 없이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2. 꼭 필요한 항목만 남기니 쓰기 쉬워졌다

양식을 몇 번 바꾼 끝에 남긴 항목은 많지 않았다. 책 제목, 읽은 날짜, 기억하고 싶은 문장, 내 생각, 다시 볼 키워드 정도였다. 항목을 줄이니 독서노트를 쓰는 부담이 확실히 줄었다. 책을 다 읽고 10분 정도만 투자해도 한 페이지를 채울 수 있었다.

가장 유용했던 항목은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었다. 책을 읽다가 밑줄을 치고 싶은 문장을 2~3개만 골라 적었다. 문장을 많이 옮겨 적지 않으니 선택하는 과정이 생겼다. “이 책에서 정말 남기고 싶은 문장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됐다.

내 생각 항목은 길이를 정하지 않았다. 어떤 책은 세 줄만 쓰고, 어떤 책은 반 페이지를 썼다. 이렇게 여유를 두니 훨씬 편했다. 모든 책에 같은 분량의 감상을 쓰려고 하면 부담스럽지만, 책마다 다르게 남기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다시 볼 키워드도 도움이 됐다. 예를 들어 “습관”, “정리”, “가족”, “시간”, “불안” 같은 단어를 적어두면 나중에 비슷한 주제의 책을 찾을 때 좋았다. 독서노트가 쌓일수록 내가 어떤 주제에 관심이 많은지도 보였다.

3. 한 페이지 양식이 가장 오래 갔다

여러 방식 중 가장 오래 사용한 것은 한 페이지 양식이었다. 책 한 권을 노트 한 페이지에 정리하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한 페이지가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분량이 정해져 있어서 좋았다. 너무 길게 쓰지 않아도 되고, 핵심만 남기게 됐다.

한 페이지 구성은 단순했다. 맨 위에는 책 제목과 읽은 날짜를 적었다. 그 아래에는 인상 깊은 문장 2개를 적고, 중간에는 내 감상을 썼다. 마지막에는 이 책에서 가져갈 한 가지를 적었다. 이렇게 정리하면 책마다 같은 틀로 남아서 나중에 다시 보기 편했다.

물론 모든 책을 한 페이지로 정리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은 두 페이지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기본 기준을 한 페이지로 정해두니 독서노트를 쓰는 일이 가벼워졌다. 완벽한 정리보다 꾸준한 기록이 목적이라면 한 페이지 양식이 잘 맞았다.

독서노트는 길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나중에 다시 펼쳤을 때 책의 느낌과 내 생각이 살아나면 된다. 한 페이지라도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었다.

4. 손으로 직접 쓰니 기억에 더 오래 남았다

독서노트를 앱이나 컴퓨터에 기록하는 것도 편하다. 검색이 쉽고 수정도 간단하다. 하지만 손으로 직접 쓰는 방식에는 다른 장점이 있다. 책에서 문장을 고르고, 천천히 옮겨 적고, 내 생각을 손으로 쓰는 과정에서 내용이 한 번 더 정리된다.

특히 인상 깊은 문장을 손으로 적으면 그냥 눈으로 읽을 때보다 더 오래 남는다. 문장을 쓰는 동안 단어 하나하나를 다시 보게 되고, 왜 이 문장이 마음에 남았는지 생각하게 된다. 빠르게 복사해서 붙여넣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물론 손글씨 독서노트는 시간이 걸린다. 글씨가 삐뚤어질 수도 있고, 틀리면 수정이 번거롭다. 하지만 그 느린 과정이 오히려 독서노트의 장점이 될 수 있다. 책을 다 읽고 바로 다음 책으로 넘어가기 전에 잠깐 멈춰 정리하는 시간이 생긴다.

나는 손으로 쓴 독서노트를 다시 볼 때 책을 읽던 시간까지 함께 떠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펜으로 썼는지, 어떤 날씨였는지, 그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까지 희미하게 남았다. 디지털 기록과는 다른 온도가 있었다.

5. 나에게 맞는 양식은 계속 바뀌어도 괜찮다

독서노트 양식을 직접 만들어보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양식이 고정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처음 만든 양식이 계속 맞을 수도 있지만, 읽는 책이 달라지고 생활이 달라지면 필요한 항목도 바뀐다. 예전에는 별점이 필요했는데, 나중에는 별점보다 키워드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어떤 시기에는 책 내용을 자세히 정리하고 싶고, 어떤 시기에는 짧은 감상만 남기고 싶을 수 있다. 독서노트는 내 독서 습관을 돕는 도구이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 아니다. 양식이 부담스럽다면 줄이면 되고, 부족하다면 항목을 더하면 된다.

처음 시작한다면 너무 예쁜 양식을 만들려고 하기보다, 내가 실제로 채울 수 있는 양식을 만드는 것이 좋다. 빈칸이 많은 양식보다 짧아도 끝까지 채울 수 있는 양식이 더 오래 간다. 독서노트의 완성도는 디자인보다 지속성에서 나온다.

직접 만든 독서노트 양식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나에게 필요한 것을 알게 해줬다. 어떤 문장을 남기고 싶은지, 어떤 생각을 자주 하는지, 책을 읽고 무엇을 가져가고 싶은지 보이기 시작했다. 독서노트는 책을 정리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나를 관찰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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