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보면 그냥 눈으로만 넘기기 아까운 문장을 만날 때가 있다. 나중에 다시 보고 싶은 문장, 독서노트에 옮겨 적고 싶은 구절, 지금 내 상황과 딱 맞는 표현을 발견하면 표시를 남기고 싶어진다. 이때 가장 쉽게 떠올리는 방법이 밑줄이다.
하지만 책에 밑줄을 치는 도구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연필, 볼펜, 젤펜, 형광펜, 색연필, 포스트잇 인덱스까지 각각 느낌이 다르다. 어떤 도구는 깔끔하지만 지우기 어렵고, 어떤 도구는 부담이 적지만 오래 보관하면 흐려질 수 있다. 또 개인 소장 책에는 괜찮은 방식도 도서관 책에는 절대 맞지 않는다. 서울도서관도 자료가 분실되거나 훼손되면 동일 도서로 변상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책에 밑줄을 칠 때 사용할 수 있는 도구들을 실제 사용감 중심으로 비교해보려고 한다.
1. 연필은 가장 부담이 적지만 흐려질 수 있다
책에 밑줄을 처음 치는 사람에게 가장 무난한 도구는 연필이다. 연필은 선이 부드럽고, 너무 강하게 표시되지 않아서 책의 분위기를 크게 해치지 않는다. 특히 종이책의 여백에 짧은 메모를 남길 때도 부담이 적다. 나중에 마음이 바뀌면 지우개로 어느 정도 지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연필 밑줄은 독서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 진한 형광펜처럼 눈에 확 들어오는 표시가 아니라, 다시 책을 펼쳤을 때 조용히 눈에 띄는 정도다. 그래서 문학책이나 에세이처럼 문장의 분위기를 해치고 싶지 않은 책에 잘 어울린다.
다만 연필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질 수 있다. 손으로 자주 만지는 페이지는 흑연이 번지거나 옅어질 수 있고, 책장이 서로 닿으면서 반대쪽 페이지에 자국이 남을 때도 있다. 지울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완전히 깨끗하게 지워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개인 소장 책에 조용히 표시하고 싶다면 연필이 가장 안전한 편이다. 다만 도서관 책이나 빌린 책에는 연필이라도 직접 밑줄을 치지 않는 것이 좋다. 지워진다고 생각해도 종이에 압력 자국이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2. 볼펜은 선명하지만 되돌리기 어렵다
볼펜은 밑줄을 깔끔하게 남기기 좋은 도구다. 연필보다 선명하고, 시간이 지나도 비교적 잘 남는다. 중요한 문장을 분명하게 표시하고 싶을 때 볼펜 밑줄은 꽤 만족스럽다. 특히 얇은 검정 볼펜이나 파란 볼펜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문장 아래에 또렷한 기준선을 만들어준다.
볼펜의 장점은 안정성이다. 잉크가 빨리 마르는 편이고, 형광펜처럼 넓게 번지지 않는다. 작은 표시, 별표, 괄호, 짧은 메모를 남기기에도 편하다. 독서노트를 쓰기 전 책 안에 간단한 표시를 남기는 사람에게 잘 맞는다.
하지만 볼펜은 한 번 쓰면 사실상 되돌리기 어렵다. 잘못 그은 밑줄도 그대로 남고, 나중에 생각이 바뀌어도 지우기 힘들다. 특히 얇은 종이의 책에서는 뒷면 비침이 생길 수 있다. 글씨가 많은 페이지에 볼펜 밑줄이 많아지면 전체적으로 지저분해 보이기도 한다.
볼펜은 “이 책은 오래 소장하면서 내 흔적을 남기겠다”는 생각이 있을 때 적합하다. 가볍게 읽는 책이나 다시 팔 생각이 있는 책, 빌린 책에는 맞지 않는다. 선명함이 장점인 만큼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3. 젤펜은 또렷하지만 종이를 많이 가린다
젤펜은 선이 진하고 부드럽다. 그래서 밑줄을 그으면 문장이 아주 또렷하게 강조된다. 볼펜보다 색감이 진하고, 검정 젤펜은 깔끔한 인상을 준다. 책 여백에 짧은 감상을 적을 때도 글씨가 선명해서 나중에 다시 읽기 좋다.
하지만 젤펜은 책 종이를 많이 가린다. 종이가 얇거나 흡수성이 강하면 글자가 번지거나 뒷면에 비칠 수 있다. 특히 잉크가 많이 나오는 젤펜은 책장에 스며드는 느낌이 강하다. 페이지를 바로 덮으면 반대쪽에 잉크가 찍히는 경우도 있다.
젤펜은 마름 속도도 확인해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치고 바로 다음 페이지로 넘기다 보면 아직 마르지 않은 잉크가 손이나 반대 페이지에 묻을 수 있다. 이런 일이 한 번 생기면 책 전체가 지저분해 보여서 아쉬움이 크다.
개인적으로 젤펜은 책 본문에 직접 밑줄을 치기보다는 독서노트에 옮겨 적을 때 더 잘 맞았다. 책에 직접 쓰고 싶다면 아주 얇은 젤펜을 사용하고, 먼저 뒤쪽 빈 페이지나 여백에 테스트해보는 것이 좋다.
4. 형광펜은 눈에 잘 띄지만 과하면 산만해진다
형광펜은 중요한 문장을 빠르게 찾는 데 가장 좋은 도구다. 책을 다시 펼쳤을 때 표시한 부분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공부용 책, 실용서, 자격증 이론서처럼 핵심 내용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 책에는 형광펜이 유용하다.
하지만 형광펜은 가장 조심해서 써야 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넓은 면적에 잉크가 묻기 때문에 종이가 얇으면 뒷면에 쉽게 비친다. 종이에 따라 색이 번지거나 페이지가 울기도 한다. 특히 도서관 책이나 빌린 책에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 것이 맞다.
형광펜의 또 다른 단점은 너무 많이 쓰면 중요한 부분이 오히려 안 보인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핵심 문장만 표시하려고 했는데, 읽다 보면 한 페이지의 절반 이상이 형광색으로 칠해질 때가 있다. 이렇게 되면 강조가 아니라 색칠에 가까워진다.
형광펜을 쓸 때는 한 페이지에 정말 중요한 문장 1~3개 정도만 표시하는 것이 좋다. 색도 너무 많이 쓰지 않는 편이 낫다. 노란색은 일반 강조, 분홍색은 꼭 다시 볼 문장, 파란색은 이해가 안 된 부분처럼 기준을 정해두면 산만함을 줄일 수 있다.
5. 포스트잇 인덱스는 빌린 책에 가장 현실적이다
책에 직접 표시하기 부담스럽다면 포스트잇 인덱스가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특히 도서관 책이나 빌린 책을 읽을 때는 직접 밑줄 대신 인덱스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책에 자국을 남기지 않고도 중요한 페이지를 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잇 인덱스는 색을 나눠 쓰기 좋다. 예를 들어 노란색은 좋은 문장, 파란색은 다시 읽을 부분, 빨간색은 독서노트에 옮길 문장으로 정할 수 있다. 나중에 책을 다시 펼칠 때 색만 보고도 표시한 이유를 떠올리기 쉽다.
다만 인덱스도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다. 접착력이 강한 제품은 오래 붙여두면 종이에 자국이 남을 수 있다. 오래된 책이나 종이가 약한 책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도서관 책에 붙였다면 반납 전에 반드시 모두 제거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책에 밑줄을 치는 도구는 읽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조용히 표시하고 싶다면 연필, 선명하게 남기고 싶다면 볼펜, 독서노트용으로 또렷한 메모를 남기고 싶다면 젤펜, 공부용 핵심 표시에는 형광펜, 빌린 책에는 포스트잇 인덱스가 잘 맞는다. 중요한 것은 도구보다 책의 성격을 먼저 보는 것이다. 내 책인지, 빌린 책인지, 오래 보관할 책인지에 따라 표시 방법을 다르게 선택하면 책도 더 오래 깨끗하게 읽을 수 있다.